글을 쓰면서 그때
당시 상황을 정리해 보니
새삼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최대한 도움 될만한 부분들
포함해서 작성하고
나중에 팁들은 따로 모아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자, 이제 다시
맞선 장으로 이동합니다.
선택권은 모두에게
결과적으로
그날 오후에 있었던 모든 맞선은
실패로 돌아갔다.
내가 거절한 경우도 있었고
상대방이 나를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
가끔 쿨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싫다고 말하고
거절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서로 마주 보면서
싫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돌려서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방법들은
1. 생각해 보겠다
2. 부모님에게 물어보겠다
3. 나이가 많다
(남자의 나이가 여자의 부모의 나이와
비슷하거나 많을 경우
거절 핑계로 많이 이야기함)
정도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위 맞선장에서는 지켜보는 사람이 많기에
맘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분위기 좋은 카페로 이동해서
서로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카페에서 따로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때 당시 저녁 시간이었고
음식을 간단하게 차려줘서
입맛은 없었지만
앉아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먹고 있는 음식 맛은 거의 못 느꼈고
내일은 좋은 사람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많은 여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잘 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을 많이 걸어서였다.
나의 기본적인 프로필은
30대 중반, 키 175
무늬만이긴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를 다니고
그럭저럭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평범한 남자였다.
여기에 아래의 조건들을
추가해서 여성들을 만날 때
질문을 했었다.
1. 나는 혼인신고한 경험이 있다
2. 나는 빚이 많다 (xx억)
- 구체적인 액수를 베트남돈으로
번역해서 알려줌
3. 나는 가족들이 많아서
같이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이때는 한국에서 받는 연봉도
엄청 적게 이야기하고
보수적으로 정보를 감췄는데
당연하겠지만
많은 여성들이 조건을 들을 때마다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거절하지 않은 경우에는
나도 조금 더 진지하게 대화에 임했는데
여성이 거짓말을 하거나
통역하는 분이 중간에 이상한 기운을
감지해서 정보를 알려주거나
앞뒤가 맞지 않은 정황이 보이거나
외모가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식사하는 시점으로 돌아와서
아래 사진처럼
거의 음식을 못 먹고 있는데
현지에서 여성들을 연결해 주는
(우리는 이 사람들을
마담이라고 부른다)
마담이 핸드폰에 한 여성의 사진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솔직히 사진만 봐서는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기도 하고
약간 볼살이 있는
귀엽고 순한 인상이라
한 번 만나보면 좋겠다 싶어서
좋다고 말했다.
굉장히 멀리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만나기는 어렵다고 해서
내일 오전 12시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젓가락을 집어서
음식을 조금 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통화 소리가 들렸다.
마담이 그 여성과 영상통화를 했고
그대로 나에게 가져왔다.
나는 밥을 먹던 와중에 인사를 했는데
그때 꼴이 엉망이라
인사하면서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사진과 영상통화 느낌이 달라서
역시 사진은 믿을 게 못된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내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생각하면서 다시 밥을 먹는데
여성분이 여기에 도착했다고
지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오고 있으니까
같이 이야기해 보자고 했다.
사연이 있었는데
이 여성분이 마침
오늘 이곳에 올라왔었고
그래서 바로 올 수 있었다고 한다.
영상통화 했던 시점이
길지 않았어서 전화가 끝나고 바로 온 것 같았다.
급하게 만남이 이루어져서
이때는 통역사도 없었다.
마담도 통역하는 분 찾으러 간다고
자리를 비우고
순수하게 둘이 어색하게 의자에 앉아서
눈을 마주치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보니까 영상통화 때랑도
느낌이 달랐다)
내 머리는 떡지고
땀은 많이 흘렸고
흰 옷에는 저녁 먹다가 급하게 이동해서
빨간 양념도 묻었고
그냥 엉망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처음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조건이 아닌 이야기들을
번역기를 돌려가며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었고
짧은 말들이지만
그 안에는 웃음이 있었다.
이런 시간은 정말 찰나였다
다시 통역사가 오고
나의 조건들을 다 설명해 주었다.
솔직히 나는 이해가 안 되지만
신기하게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조건들이 다 괜찮다고 그녀가 말했다.
시간이 많이 늦어서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는데
당시에는 옷도 박스티를 입어서
몸매도 거의 드러나지 않았고
워낙 정신없고 피곤했던지라
웃는 얼굴과 말총머리 목선만 기억이 났다.
그녀가 오토바이를 타려고 할 때
내가 번역기를 급하게 돌려서
내일 만나요
라고 말했더니
그녀가 네~라고 답해주었다.
나는 다시 번역기를 돌려서
내일 꼭 와요!
네! 내일 꼭 올게요!
라는 답을 얻은 후에야
그녀를 보내주었다.
이후에 음식을 먹으면서
통역하는 분과 시간을
보냈었다.
현지 음식이었는데
물소고기와 황소개구리 튀김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5편에서 만남 이후
그녀와의 이야기를
작성해 보겠다.
알짜 정보 요약
- 거절하는 멘트에 맘을 쓰지 말자
- 상대방의 표정, 말투 등 비언어적인 표현에서 이상징후를 감지할 수 있으니 집중하자
- 통역사에게 나에게 맞지 않은 사람은 신호 달라고 요청
- 상대방이 괜찮다고 생각이 들면 둘만의 시간을 가져라
- 이야기 소재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나 주변 사진들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
- 인상과 목소리톤은 여전히 중요하다 - 웃으면 복이 온다
'국제결혼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 국제결혼 여행기 6편(병원) (0) | 2023.06.18 |
---|---|
베트남 국제결혼 여행기 5편(만나요) (0) | 2023.06.17 |
베트남 국제결혼 여행기 3편(맞선) (0) | 2023.06.15 |
베트남 국제결혼 여행기 2편 (2) | 2023.06.14 |
베트남 국제결혼 여행기 1편(프롤로그) (0) | 2023.06.13 |